
'마린보이' 박태환의 수식어가 드디어 바꼈다. 베이징 올림픽 수영 400m자유형 금메달을 따며 '골든보이'라는 그 이름도 번쩍번쩍한 수식어로 말이다. 기사를 쓰면서도 어찌나 신이 나던지, 주말 근무의 피로감도 그 순간만큼은 안녕이었다.
업데이트된 박태환 기사를 검색하던 중 이안 소프(Ian Thorpe) 와 관련된 기사를 발견했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따던 그 현장 관중석에 이안 소프도 있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장에 오기 전 박태환이 우승할 거라 생각했다. 정말 멋진 선수"라고 박태환의 기량을 격찬했고 자신의 세계 기록 경신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간만에 이안 소프의 얼굴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4년전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의 경기를 처음으로 보고 한동안 홀릭됐었다. 그는 비주얼부터 남달랐다. 커다랗고 길쭉한 코에 약간 돌출된 입, 그리고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그의 몸은 마치 돌고래를 연상케 했다. '인간 어뢰'라는 별명은 기량도 기량이지만 외모와도 참 어울린다. 
무엇보다 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전신 수영복'이다. 지금은 전신 수영복이 일반화됐지만 4년전만해도 그의 전신수영복은 매우 튀었다. 스킨스쿠버나 입을 법한 목에서부터 발목까지 감싸는 그 수영복은 매우 과학적으로 디자인돼 그의 기록 경신에 큰 힘을 보탰다. 육상스타 마이클 존슨에게 황금신발이 있다면 소프에게는 전신 수영복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실력만큼이나 돋보이는 인품 때문이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늘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알고보니 그의 올림픽 출전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호주에서 올림픽 국가대표를 뽑는 경기에서 소프는 어이 없는 부정출발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었다. 그러나 최고 기량을 가진 소프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호주의 한 선수가 그 자리를 포기한 끝에 출전할 수 있었다.
반면 당시 올림픽 처녀출전했던 펠프스는 '수영천재'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승승장구 했었는데 그때부터 좀 잘난척이 심했다. 며칠전 인터뷰를 보니 펠프스는 이번 대회에서 마크 스피츠의 7관왕 기록을 깰수 있을것 같냐는 질문에 자신과 마크 스피츠를 비교하지 말라는 식으로 답변했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 박태환은 얼마나 겸손한가.
이안 소프와 마이클 펠프스는 4년전 200m자유형에서 한번 대결한 적이 있었다. 최강과 천재의 대결이었는데 소프가 1위, 펠프스는 3위에 그쳤다. 펠프스의 주종목은 자유형이 아니였기에 당연한 결과 였지만 내심 가슴을 졸이며 봤던 기억이 있다.
소프는 아테네에서 2관왕을 달성한 뒤 은퇴했다. 그의 나이 22살이었다. 수영 선수로는 최전성기일 나이였다. 정상에 있을때 은퇴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은 뭘하고 지내는지는 모르겠다. 간혹 패션쇼 현장이나 화보속에서나 종종 보긴 했는데.
역사는 새로 쓰여졌다. 이제는 박태환이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새로운 승자를 보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소프 역시 위대하다. 살아있는 수영 역사의 한 페이지와 다시 새롭게 한 페이지를 장식한 박태환 역시 자랑스럽다.
올림픽을 보고 있으니 스포츠가 얼마나 매력적인 세계인가를 새삼 깨닫는다. 승부와 기록 이 두 가지를 위해 몇년을 땀과 노력을 쏟고 단 한순간에 모든 것이 쏟아붓는 그 열정이 감탄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림픽 정신, 승부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깨끗하게 받아들이는 모습. 1등이 아니라도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그 여유가 부러웠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저도 고등학교때 시드니올림픽보면서 이안소프에대해 조금 관심을 갖게됐었는데말이죠^ ^;; 이번 올림픽에서는 모습이 안보인다싶더니 은퇴를 한거였군요 ! 아주젊은나이에 기량이 조금 아깝다싶긴하지만, 역시 박수칠때 떠나는 모습도, 겸손한모습도 모두 좋아보이네요^ ^
이게 혹시 정식 기사인가요? 기자분이 쓰신 게 아니길 빕니다;;; 마이클 펠프스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첫 출전한 걸로 압니다;
그리고 박태환 선수를 칭찬하는 것은 좋지만 펠프스를 굳이 잘난 척하는 선수로 표현할 필요가 있나요?
제가 본 영상에서 마크 스피츠와 비교 하지 말아달라는 뉘앙스 보다는 제2의 마크 스피츠가 아니라 제1의 마이클 펠프스가 되고 싶다고 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는데 말이지요.